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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글을 쓰려고 하니 막막하다.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일주일째 제자리다.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음악을 틀고 커피를 내려보지만 그대로다. 늙어서 머리가 굳은 것일까 아니면 온갖 근심 걱정에 생각이 갇힌 것일까.
왜 글을 쓰고 싶었더라?
갑자기 끄적이고 싶었다. 정확히는 말하고 싶었다.
언제부턴가 침묵했다. 소셜에서 관찰자로 회사에서 방관자로 침묵했다.
싸이월드 시절에는 다이어리도 썼고 페이스북 담벼락에는 낙서를 끄적이곤 했다. 대부분 헛소리긴 했지만 언제부턴가 그마저도 다물었다. 사회생활 초기엔 부당하면 소리쳤고 아니면 아니라고 했다. 그러다가 서서히 조용해졌다. 그게 언제쯤인지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세상에 순응하다 보니 변한 건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지금의 내가 원래 내 모습일지도 모른다. 어찌 됐던 그때의 내가 그리웠다. 그게 더 나 다운 모습이라고 믿고 싶었다. 그리고 글쓰기를 통해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뭘 쓰고 싶은 거지?
내 경우 퍼스널 브랜딩이나 출판 등 프로페셔널한 성장의 목적은 없다. 단지 나를 밖으로 드러냄으로써 진짜 나를 찾고 세상과 마주하고 싶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이야기와 생각을 솔직하게 써보고자 한다.
과연 쓸 수 있을까?
사실 나에게는 필살기가 하나 있다. 여행을 떠나면 된다. 이상하게도 여행 중에는 자꾸만 쓸 거리가 샘솟는다. 특히 비행기나 버스 안에서는 주체할 수가 없다. 마치 내 무의식과 마주하는 순간인데 여행이 주는 여유 때문인지 이동 수단이 주는 폐쇄성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메모앱을 열어 쏟아내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여행을 통해 위안을 얻듯이 말이다.
여행과 글쓰기는 묘하게 닮았다. 여행은 어디든지 떠날 수 있는 자유이고 글쓰기는 무엇이든 쓸 수 있는 자유다. 그냥 쓰면 되고 당장 떠나면 된다. 글이 쓰고 싶어진다는 것은 여행을 떠나야 할 때가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계획은 하지 않는게 좋다. 그만큼 자유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자아, 어디로 가려나. 바람이 분다.
다네다 산토카 (1882-1940)
이제는 용기 내어 나를 보여주려 한다. 속박을 벗고 자유를 만끽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