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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택의 기준
    카테고리 없음 2022. 12. 4. 23:59

    나의 첫 여행은 일본으로의 배낭여행이었다. 내 인생 처음으로 주체적으로 한 결정이었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다.

    당시 나는 대학교 1학년이었는데 성인이 된 그때까지도 내 스스로 무언가를 결정한 기억이 없다. 심지어 학교와 학과 선택도 내 의지가 아니었다. 정확히는 내게 그런 중대한 결정을 고민할 기회가 있었는지조차 모르겠다. 내 점수로는 경영학과는 힘들 수 있으니 경제학과를 써보라는 담임선생님의 권유는 신의 한 수 였지만 그건 그가 달성해야 할 그의 목표였다. 치열한 입시 전쟁을 치르는 목적이 애초에 좋은 대학이었다. 좋은 대학에 가는 목적은 안정된 직장이었고 안정된 삶은 곧 성공이라는 무언의 전제가 깔려 있었다. 그 논리에 '나'는 없었다. 하지만 그 결정에 따르는 결과는 오롯이 내가 감당해야 했다. 그때 어른들은 진심으로 나를 위한 결정을 내려준 것일까?

    우리는 일본으로 가는 왕복 배편과 2주짜리 JR패스 그리고 가이드북 한 권을 들고 떠났다. 라멘에 미쳐있던 우리의 목적지는 삿포로의 라멘 골목. 목표 달성을 위한 준비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것은 우리가 정한 우리만의 목표였다. 반나절을 배를 타고 낯선 곳에 도착하여 기차로 갈아탔다. 그곳 기차는 땡 하면 칼같이 출발했다. 지각 대장인 우리가 어느샌가 여유 있게 일정을 맞춰 가고 있었다. 긴 일정에 비해 빠듯한 경비 덕분에 미리 예산을 배분했다. 내일 라멘을 먹기 위해 오늘 사발면을 먹어야 했다. 닥칠 때마다 스스로 결정해 앞으로 나아갔다. 내 인생을 내가 사는 기분이었다.

    삿포로의 라멘골목에서

    긴 입시 트랙을 완주한 경험보다 짧은 2주간의 여행이 나를 한 단계 성장케 했다. 그건 시험 점수와는 달리 내 가슴으로만 느낄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이제서야 내가 누구인지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다. 이 모든 시작은 주체적인 결정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내가 지는 것. 그래야만 이후에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경험이 쌓인다. 남이 정한 기준에 따르는 수동적인 결정은 결과가 어떻든 성장은 있을 수 없다. 선택의 순간에 이미 결판이 나는 것이다.

    우리 모두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택을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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